[박철범 변호사] (민사) 보증금 반환소송 → 조정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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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철범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임대차와 관련된 분쟁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리 측 의뢰인 A씨는 2년 전에 빌라 하나를 임대했습니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는 60만원이었지요. 그런데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천정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집 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A씨가 그런 사정을 집주인 B에게 얘기했지만, 집주인은 수리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입주 뒤 7개월 동안은 월세를 계속 냈습니다. 그러다 A씨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팡이가 피는 집에 살면서 월세를 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후로 17개월은 월세를 전혀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집주인 B씨는 17개월 치의 월세 미납분 1,020만원은 보증금에서 모두 공제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화가 난 A씨가 저를 찾아오셔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최대한 돌려받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 경우 A씨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A씨는 얼마까지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1. A씨는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
네. 가능합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형광등 같은 소모품 정도라면 ‘임차인’이 수선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그러나 전기공사, 누수공사 같은 대규모 수선은 ‘임대인’이 그 의무를 부담한다는 게 민법의 내용이자 판례의 태도입니다.
이 사건도 천정누수를 해결해주어야 할 의무가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다툼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의 의무불이행을 이유로 A씨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 하는 것도 소송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돌려줘야 할 ‘보증금 금액’입니다.
2. 임차인 A씨는 임대인 B에게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가?
집주인 B는 말하길, “누수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다고 하면 그것까지는 내가 받아들이겠으나 이미 살아왔던 부분에 대한 월세조차 하나도 안낸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 보증금 2,000만원에서 미납된 월세 17개월분 1,02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980만원을 돌려주겠다.” 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 의뢰인 A씨는 “곰팡이 핀 집에서 살면서 나도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많이 당했다. 그러니 보증금 2,000만원을 그대로 다 돌려줘야 하고, 거기에서 미납 월세를 공제해서는 안 된다.” 라고 주장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일단 저는 A씨의 의뢰를 맡은 거니까요, 최대한 A씨에게 유리하게 결과를 만들어 드려야지요. 몇 달 동안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소송과정에서 임대차 계약과 부당이득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 고등법원 등 하급심의 판례까지 전부 조사하여 재판부를 설득했고, 의뢰인의 고통에 대한 여러 가지 입증과 더불어, 그리고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논리적인 법리, 감성적인 주장까지 함께 펼쳐나갔습니다.
그리고 판결을 내리기 직전, 재판부는 이 사건을 조정으로 마무리하는 건 어떠냐고 양쪽에 물어봅니다. 조정이 싫다면 판결을 바로 내리겠다고 합니다.
당연히 금액만 맞으면, 조정성립은 판결보다 훨씬 좋은 것입니다. 왜냐면 ‘판결’을 받게 되면 설령 승소하더라도 곧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판결의 경우, 상대방이 ‘항소’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수많은 세월동안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소요됩니다. 이에 반해 조정이 성립되면 대법원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이 그 즉시 주어집니다. 상대방이 조정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금액만 괜찮다면 조정은 판결보다 좋은 것입니다.
문제는 조정은 상대도 ‘동의’해줘야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조정조서에 우리가 원하는 금액을 쓰고 상대가 거기에 동의하게 만들려면, 소송과정에서 상대를 충분히 압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로 하여금, ‘아... 내가 지금 이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판사가 판결을 때리면서 이것보다 더 높은 금액을 나에게 씌울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사건도 조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보증금 980만 원 이상은 절대로 못 준다”던 집주인 B씨는, 법정에서 저와 몇 달 동안 다투고 나서, 결국 아래와 같은 조정조서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박철범 변호사]